"며느리 역할 사표 냈어요" 명절 거부하는 여성들
[앵커]
설을 맞아 두 여성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.
명절 문화에 반기를 든 여성들입니다.
명절엔 남성 본가에 당연히 가고, 명절의 음식 준비, 차례상은 여성이 다 하고, 이거 이제 그만 하겠다고 선언한 여성들인데요.
며느리 역할에 사표를 낸거죠.
이분들의 삶과 가족관계는 어떻게 됐을까요?
조지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
[리포트]
결혼 3년째인 이서현 씨와 지영재 씨 부부.
이번 설 명절에 남편만 본가에 갑니다.
[이서현/31살/웹툰 작가 : "가족이고 친해지고 싶다면 명절 아닌 날 만나도 되는데 굳이 명절인 날 만나야 할 필요는 있을까."]
아내 이서현 씨는 자신처럼 차례상 차리기를 거부한 다른 여성들과 브런치 모임을 합니다.
지난 추석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.
[이서현/31살/웹툰 작가 : "'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생각하고 이렇게 용기 내서 행동할 수 있구나' 라는 걸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어요."]
처음에는 시댁에 안 가는 것이 편치 않았지만, 명절마다 지는 의무가 아닌 가족의 정에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.
[지영재/33살/남편 : "가부장제라는 게 이제 저희 아버지 세대, 할아버지들은 좋았을지 모르겠는데 저한테는 돌아오는 혜택 같은 건 없는 것 같아요."]
작가 김영주 씨는 6년 전 추석을 이틀 앞두고 시어머니에게 이른바 '며느리 사표'를 냈습니다.
20년 넘도록 명절마다 대가족 맏며느리의 짐은 너무나도 무거웠습니다.
[김영주/54살/작가 : "준비하고 상차림하고 시중들기까지. 그러니까 밥을 한 끼를 제대로 못 먹어요. 일어났다 앉았다 일어났다 앉았다..."]
머뭇대며 사표를 냈는데 가족관계는 오히려 더 좋아졌습니다.
차례는 성묘로 대신하고 가족끼리 즐기는 시간이 더 늘었습니다.
[김영주/54살/작가 : "이제 명절이 즐겁고 모이면 반갑고 함께 명절에 어떤 주체가 돼서 시간을 보내거든요."]
어느 집 며느리, 누구의 어머니가 아닌 나 자신의 행복 찾기에 나선 여성들이 명절의 참 의미를 묻습니다.
KBS 뉴스 조지현입니다.
조지현 기자 (cho2008@kbs.co.kr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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